전진영기자
입력2025.02.22 06:30 수정2025.02.22 20:45
②경기불황을 급성장 기회로 잡은 다이소
지난해 매출 4조원 돌파 추정
출점 조건 100평 이상…800평 짜리 매장도 불사
경제 어려워도 다이소에선 지갑 열자…마트 '러브콜' 이어져
"국민가게 다이소, 천원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균일가 정신을 지켜왔습니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1997년 국내 최초로 균일가 생활용품 첫 매장을 연 다이소는 어떻게 '국민가게'로 성장함과 동시에 관광객들의 쇼핑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불황형 소비에…다이소만 잘 된다
고물가·저성장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식품 등 필수재 이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사더라도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알뜰 소비를 하게 된다. 다이소 설립의 모티브가 됐던 일본도 100엔숍이 1990년대 후반 장기 불황 시기 홀로 특수를 누렸다.
1000원이 소중하게 대접받는 국민가게, 다이소를 만들겠다는 박정부 회장의 경영철학은 한국의 고물가 속 소비심리가 위축된 경제 상황과 잘 맞물려 고속 성장의 발판이 됐다.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제품이 아닌,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박 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천원숍 중에서 다이소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다른 회사들은 땡처리 상품을 판매했지만 다이소는 현금결제, 대량주문 등을 통해 질도 좋은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이소는 제품 원가에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결정하는 일반 유통기업들과는 달리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느낄 수 있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균일가를 먼저 정해두고 이에 맞춰 상품을 개발한다. 그 결과 실적은 매년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2023년 매출은 3조4605억원, 영업이익은 261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17%, 9% 증가했다. 영업 이익률은 7.56%로,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의 영업 이익률이 1%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장사를 잘한 것이다. 다이소는 2024년 연 매출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앵커 태넌트로 급부상…대형 매장 등 공격적 출점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환경에 맞춰 다이소는 품목군을 확장하고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이소는 오는 24일부터 기존에 판매하던 의약외품에 이어 루테인, 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까지 기존 균일가 정책에 맞춰 출시한다. 다이소가 의약외품을 넘어 건기식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첫 시도다.
매장 규모와 수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이소의 점포 수는 2019년 1361개에서 2023년 1519개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를 의식해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마트, 편의점 등 다른 유통업체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초대형 매장들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연 포천송우리점은 기존 790평짜리 대형마트 부지에 지은 다이소 단독 매장으로, 다이소 화장품과 캠핑용품을 브랜드별로 모두 모아 소개하고 있다.
다이소가 생활용품뿐 아니라 뷰티·헬스 영역까지 총망라하면서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역으로 다이소 입점 유치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서울 홈플러스 상봉점(790평)을 오픈한 데 이어 8월에는 최대 규모인 이마트 경기 의왕점(830평)과 롯데마트 김해점(약 780평) 등을 열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신세계사이먼이 운영하는 부산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 매장 중 두 번째로 넓은 1320㎡(400평) 공간을 다이소가 차지했다.
다이소가 사실상 앵커 태넌트로 급부상한 것이다. 앵커 테넌트는 모객 효과가 큰 핵심 임차인을 뜻하는데, 스타벅스 등 매장 자체만으로도 방문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는 점포를 의미한다.

다이소는 점포를 만들 때 지역 상권 내 핵심지에 위치할 것, 그리고 실면적 330㎡(100평)를 넘을 것을 기본 조건으로 한다. 내부 인테리어로는 하얀 벽에 밝은 조명, 그리고 물건 수 대비 지나다니기 편한 통로를 고집한다. 초기 박 회장이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형 매장에서 출발했다가 다양한 물건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밝은 조명과 넓은 통로로 매장을 바꾼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