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가 쏟아지기 직전의 중요한 시그널 3
“저는 실수요자라 집값이 오르는 건 바라지 않습니다.” 정말일까요? 대다수 사람은 집이 없을 땐 가격 하락을 원하지만, 막상 내 집을 마련하면 가격 상승을 기대합니다. 이런 모순된 감정이 인간 심리의 본질이죠.
이러한 심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집값에 대한 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미래 집값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값은 수십 년간 희소성과 인플레이션 방어 기능 덕에 장기 우상향을 그려왔습니다. 즉 ‘7년 이상’ 장기보유하다 필요할 때 팔면 큰 실패를 면할 확률이 높았죠.
그렇다면 ‘언제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특히 자금이 많지 않고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은 실수요자라면, 하락장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잡는 게 현실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락기엔 공포 심리가 지배적이라 매수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급매물이 대거 나오는 시그널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2025년 부동산시장은 혼란스러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대출 규제, 경기침체, 매수세 위축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매물이 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년 전보다 1만여 건 늘어나 약 9만 건 수준을 유지, 매도 심리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022년 12월 이후 5억5167만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KB부동산). 강북 14개 구는 16개월째 상승(4억9000만 원)했고, 강남 11개 구도 7개월 연속 상승(6억2417만 원)했습니다. 이는 신규 아파트 공급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됩니다.
과거 시장은 어땠을까?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과거 6~7년 상승 후, 4~5년 조정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보여왔습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상승장은 마무리됐고, 2022년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본격적으로 조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매물 증가와 매수심리 위축은 조정기에 흔히 나타나는 특징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당시(2008년)엔 매물이 급증하고 매수세가 위축되며 아파트값이 단기 급락 후 3~4년간 보합세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전셋값 상승과 함께 시장은 반등하며 새로운 상승장으로 진입했죠. 이를 통해 전셋값과 매맷값의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2015년 상승장 초기를 보면, 전세가율이 65%를 돌파한 시점부터 매맷값 상승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작년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04%(출처: KB부동산)로 아직 상승장 전환을 말하기엔 낮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전셋값 상승과 전세가율 변화가 시장 전환점의 중요한 지표가 되어왔습니다.
시그널 1: 6개월 이상 조정이 반복되며 피로감 누적
노무현 정부 시절(2003~2007년) 서울 아파트값은 극심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3개월간 1차 급락을 겪은 뒤, 약 3년간 보합세를 유지하다 2012년에 2차 폭락을 맞았습니다. 상승세가 꺾인 뒤 3~4년간 조정이 이어지며 시장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된 거죠. 지금도 2022년 금리인상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피로감이 쌓이는 양상입니다.
[ ☑️ Check! ] 통상 집값 조정이 6개월 이상 반복되면, 매물과 자금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급매 시세를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시그널 2: 예상 밖 변수가 터짐
바닥에 기름이 있다고 자동으로 불이 붙진 않습니다. 하지만 충격적 외부 요인(촉매제)이 생기면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급매물이 쏟아집니다. 1990년대 IMF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국내의 정치적 이슈(탄핵 정국, 정권교체 등)나 세계경제의 돌발 상황도 금리정책에 영향을 줘 시장 불안감을 키웁니다.
[ ☑️ Check! ] 뉴스나 경제지표에서 ‘예상치 못한’ 대외변수(금융·외환·정치)를 포착하면, 매수 타이밍을 준비해야 합니다.
시그널 3: 거래가 급격히 감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매수자는 관망하고, 매도자는 매물을 조금씩 내놓습니다. 처음엔 가격 조정 폭이 크지 않아도, 이런 불안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면 심리가 급격히 식습니다. 이후 공포가 확산하면 수도권 외곽부터 매물이 쌓이고, 핵심 지역(서울 강남 등)까지 급매물이 늘어나며 2차 하락이 본격화됩니다. 참고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최근 4개월째 3000건대로 저조합니다. 심지어 올해 1월엔 1400건대로 급감했습니다. 시장이 좋았던 작년 7월(9218건)과 비교하면 큰 차입니다.
[ ☑️ Check! ]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물이 눈에 띄게 늘면, 실수요자도 매수 준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급매가 나오는 과정 한눈에 보기
• 피로감: 오랜 상승 → 매수·매도 양측 모두 지침
• 예상치 못한 변수: 금리 급등, 정치·외환 이슈 발생 → 시장 급랭
• 관망 → 불안 → 공포: 거래량 감소, 매물 증가 → 급매물 폭증
• 급매장: 급매물 3개월~1년간 다량 출현 →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음
참고로 지난 상승장이 끝난 2022년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도 일부 지역은 최대 40%까지 떨어졌습니다.
급매물 잡는 기준 세우기 5
아무리 ‘집값이 떨어지면 사야지’라고 생각해도, 막상 급매물이 나오면 ‘더 떨어지진 않을까?’라는 공포가 생깁니다. 이로 인한 망설임을 극복하려면, 아래와 같이 미리 기준을 세워두세요.
1. 고점 대비 30% 하락 매물 확보: 2021년 고점 기준으로 가격이 30% 하락한 매물을 모니터링
→ 해당 가격대 매물이 나오면 즉시 대응
2. 서울 강남 규제 해제 상황 주시: 강남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규제 해제 가능성 증가
→ 정부가 강남 3구의 규제지역을 푸는 시점엔 시장이 바닥을 지나 회복세로 돌아설 확률 높음
3. 정부 정책 변화 체크: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지 지속적 확인
→ 실질적 세금 부담이 줄면 매수 타이밍을 당기는 게 유리
4. 시장 시그널 감지 및 준비: 6개월 이상 조정,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 거래량 급감 등 징후 발생 시
→ 대출한도 확인, 자금조달계획, 희망 매물 목록 등 미리 준비
5. 전문가 상담 & 정보 네트워크 활용: 현장 중개업소, 부동산 전문가와 꾸준히 소통
→ 급매물 정보를 조기에 확보하고, 시세 급변에 빠르게 대응
결론 및 실천 팁: 하락장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리 행동 지침을 세우는 겁니다. 특히 세 가지 시그널(6개월 조정, 외부 변수, 거래량 감소)을 주시하고, 급매 기준(30% 하락, 규제·정책 변화 등)을 미리 정해두세요. 준비된 이는 공포장에서 내 집 마련 또는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주택 매수는 직접 확인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히 결정하세요.